이태원 참사 청년들에게 미안합니다. 10대와 20대 자녀를 둔 아빠로서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2022. 10. 30. 17:21세상과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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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분들과 그 부모님들과 가족 친구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을 드려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두 자녀의 아빠입니다. 애도를 표하면서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마음을 씁니다.

비웃음과 조롱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웃의 아빠로서 미안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학여행 한번 제대로 못가보고 마음껏 어디 한번 제대로 바람이라도 쐬어 보지 못한 불쌍한 아이들이 지금 청소년들입니다. 이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또는 그 위험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전하게 즐길 수 없는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서 보도를 접하면서 "냉기가 흐르는 사회"를 느끼며 더 참담했습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숫자에만 연연해 집착하는 기자들의 질문. 그리고 기자는 기자대로 당국 관계자들은 당국 관계자들 대로 자신들의 일이 우선으로 보였습니다. 새벽 2시에 기자들의 입에서 "보상.책임" 이런 단어들이 난무할 때 아이들의 아빠로서 무참함과 참담함을 더 느꼈습니다. 수습이 우선인 시간에도 그저 이슈를 먼저 선점하기 위한 늑대들의 쟁탈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수 많은 인파가 몰리는 교통상황을 분명히 인지하였을 것입니다. 교통 CCTV이던 어느정도 "스마트"하다는 것을 내세운 지금의 행정시스템에서는 분명 어느 한 곳에서라도 인지했을 것입니다. 무엇이 스마트하다는 것입니까?

관할 구청과 주민센터. 그리고 경찰. 그리고 서울시 등 수많은 공적 행정 기관은 서로 협조를 하고 있었는 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협조를 하여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하였는 지가 의심스럽습니다.

공적 세금으로 공익을 우선시해서 삶을 살아야 하는 행정 공무원들의 태도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고 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소방대원들 그리고 구급에 동원된 경찰들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입니다. 10대와 20대의 자녀를 둔 아빠로서 이제는 사고 후의 수습을 보는 것 조차 트라우마가 됩니다. 세월호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당시에도 "과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조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학부모들은 모두 공감을 했습니다. 사전에 예방 방조치를 하는 활동이 그 만큼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이 벌어지고 그 재난에 후속으로 조치하는 것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미리 사전에 밥먹고 살면서 우리 국민들을 지켜달라고 자리를 준 것이 공무원 분들 아닙니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 었다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묻기 전에 스스로에게 행정 담당자들은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이미 답은 본인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 주변에서는 "윗 대가리"가 문제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갑니다. 만약에 우리가 이제는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안전에 대한 과한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 현장의 책임자나 그 윗선의 책임자들이 의지가 있었다면 사전에 예방 조치가 있지 않았을까요? 이런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료조직에서 말단 직원이 위에 보고해서 안전 조치등이 취해지는데 얼마나 힘들고 더딘지 우리 시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사고 원인을 명백하게 밝히기도 전에 이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이태원의 할로윈 분위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잘은 몰라도 이태원 지역과 서울시는 지자체로서 무엇인가 안전에 대한 사전예방 조치의 오작동이나 불감증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는 인생을 바쳐야 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에 청소년들의 아빠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할 일이 많고 스스로의 인생을 떼어내서라도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아이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심정은 어떤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실로 가슴이 무너지고 아픈 일입니다.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풀고 오겠다고 집을 나섰던 아이들을 영영 보지 못하는 부모님들과 그 친지 그리고 친구들은 억장이 무너질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아빠이자 서울시민의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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